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경북 영천 방울토마토, 왜 유명할까?

by charterflight 2025. 4. 1.

용기에 담긴 방울토마토

경상북도 영천. 대구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달려 도착하는 이 내륙 도시를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먼저 말하는 건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나 한적한 농촌의 풍경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지역을 두고 “방울토마토 맛집”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마트에서도, 택배 직송 농산물에서도 ‘영천 방울토마토’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은 소비자 반응이 확실히 좋다. 당도가 높고, 아이들도 잘 먹고, 무엇보다 '맛이 진하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저 ‘지역에서 재배한 채소’ 정도로 여겨졌던 방울토마토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에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영천인지,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본다.

자연이 결정한 최고의 조건

방울토마토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햇볕, 물, 기온, 토양. 이 네 가지가 제대로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

영천은 이 조건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역이다. 먼저 일조량. 경상북도 내에서도 연평균 맑은 날이 많기로 손꼽히는 지역이며, 봄철 일조 시간이 길어 광합성이 활발하다. 광합성이 잘 이뤄지면 그만큼 과육 속 당 성분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두 번째는 일교차. 영천은 분지 지형이라 낮과 밤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낮 동안 햇빛을 받은 토마토는 밤사이 그 에너지를 당으로 바꾸게 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토마토 안에 단맛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영천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는 당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브릭스 수치로 8~9 정도가 평균인데, 영천산은 10 이상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새벽 수확한 토마토를 점심 무렵 먹어보면 살짝 서늘하면서도 단맛이 입안에서 먼저 퍼진다.

거기에 물 빠짐이 좋은 흙과, 알맞은 수분 공급이 더해지면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촉촉하고, 껍질은 얇아져 식감까지 살아난다. 토마토가 달고 맛있다는 게, 그저 마케팅 문구가 아닌 이유다.

농부의 손이 만드는 맛

영천 방울토마토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그 속엔 사람의 손이 있다.

영천의 토마토 농가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소규모 하우스 농장이다. 한 가족이 오롯이 토마토만 바라보며 한 해 농사를 짓는다. 12월 말부터 모종을 키우고, 1월 중순이 되면 하나둘 하우스에 옮겨 심는다. 그 후 약 90~100일. 매일 아침 수분, 온도, 광량을 체크하고 낮에는 잎을 치고 순을 따며, 밤엔 난방과 통풍을 신경 쓴다.

이 모든 작업을 반복하는 이유는 하나, ‘맛있는 토마토’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다 보니 같은 품종이라도 누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당도와 식감, 수분감이 달라진다.

영천 토마토 농가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 방울토마토를 시작하면 잘 안 바꾼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술도 쌓이고, 땅도 그 작물에 적응한다는 뜻이다. 10년, 15년 넘게 한 품종만 고집하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품질을 만들어낸 이른바 '토마토 장인'도 많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말하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먹지 못할 건, 절대 안 판다.” 이 단순하고도 당연한 원칙이 영천 방울토마토가 신뢰를 얻게 된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유통의 차이, 브랜드의 자존심

아무리 맛있고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영천시는 이 점을 일찍이 간파하고 2000년대 중반부터 농협과 함께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을 체계화했다.

그게 바로 ‘영천 방울토마토’. 단순히 지역명 하나 붙인 게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농가만이 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크기, 색, 당도, 모양.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출하 자체가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영천’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도 품질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브랜드화 전략은 학교 급식, 군 급식, 대형 마트 납품 등 다양한 경로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온라인 새벽배송 플랫폼에서도 ‘영천산’이라는 이름이 따로 기재될 만큼 고정 팬층이 생겼다.

게다가 매년 열리는 영천 토마토 축제를 통해 직거래, 체험, 시식 등을 통해 도시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파는 것을 넘어, ‘알리고 교감하는 농산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에서 입으로

흥미로운 건, 영천 방울토마토는 광고 없이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퍼졌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는 토마토 안 먹었는데, 영천 거는 먹더라고요.”
“껍질이 얇고 아삭해서, 그냥 과자처럼 먹어요.”
“장 볼 때 토마토는 꼭 영천산으로 고릅니다.”

SNS 후기, 커뮤니티 리뷰, 블로그 포스팅에서 이런 반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야말로 입에서 입으로, 식탁에서 식탁으로 퍼진 인기다.

처음엔 모르고 사서 먹은 소비자도, 두 번째 살 땐 ‘영천산’ 스티커를 유심히 찾는다. 한 번의 경험이 반복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건 어느 마케팅보다 강력하다.

결론: 토마토 이상의 가치

영천 방울토마토는 단순히 ‘맛있는 과채류’가 아니다. 이 지역의 햇살, 흙, 기온, 그리고 수많은 농가의 손길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며 농촌의 자존심이 되었다.

누군가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고를 때, 그 작은 선택의 순간에 ‘영천’이라는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게 되는 건 단지 품질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정직함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영천 방울토마토는 단맛 하나로 평가받기보다 그 안에 담긴 사람과 땅, 그리고 시간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진짜 ‘제철의 맛’으로 기억되길 바란다.